차량 관리의 패러다임 변화, IVHM

자동차 관리에 있어 상당수 운전자들은 이른바 대증 요법을 따릅니다. 증상에 따라 대처하는 식이죠. 운전자가 차량 어딘가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인지하면, 정비 기술자에게 차를 맡겨 결함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사후 처리 방식은 이미 발생한 문제를 미처 인지하지 못하여 차량 주행 중에 갑자기 문제를 일으켜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언제 일어날지 모를 위험을 지나치게 우려해 너무 자주 정비를 의뢰함으로써 돈과 시간을 헛되이 낭비할 수도 있겠고요. 

그래서 오늘은 그러한 기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 IVHM을 알아보겠습니다. 

차량 상태 통합 관리 IVHM 

차량 상태 통합 관리 'IVHM(Integrated Vehicle Health Management)'이란 개념은 1992년 미국 항공 우주국 NASA에서 처음 성립했습니다. 이는 항공·우주 분야에서 시작하여 점차 일반 차량의 관리 시스템에도 적용되었으며, 기존 차량 관리 방식과는 달리 진단 및 예측 소프트웨어, 추론 시스템 등을 도입함으로써 이미 일어난 상황뿐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상태까지 미리 예측하여 관리한다는 개념입니다.  

말하자면 IVHM은 차량 관리의 방향성 변화입니다. 차량의 문제를 발견하고 경고 및 진단 과정을 진행하는 기존 '진단(Diagnosis)' 개념으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측하고 그에 대한 권장 해결 방안까지 제공하는 '예후(Prognosis)' 개념으로의 패러다임 변화인 거죠. 

국제 자동차 기술자 협회 'SAE International(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International)'에서 2018년 4월 발행한 JA6268 표준은 "Design & Run-Time Information Exchange for Health-Ready Components"란 부제로 발표되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IVHM 시스템의 기능은 6단계로 나뉘는데, 각 단계별 기능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SAE JA6268

0단계 - 차량 내 경고 표시기를 통한 제한된 관리 
예정된 정비 주기에 따라 진단을 진행할 때가 되었다거나 자체 점검 시스템에 의해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차량은 경고 표시기 등을 통해 운전자에게 상황을 경고합니다. 

1단계 - 진단 보조 도구를 통한 향상된 진단 
차량에 차량 진단 소프트웨어가 탑재되어 있어 차량 작동에 관련된 데이터 또는 진단 코드를 추출함으로써, 정비 기술자가 진단함에 있어 추가적 분석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2단계 - 원격 상태 모니터링 
차량에 장착된 데이터 링크를 통해 작동 관련 및 진단 상태 데이터를 정비 기술자나 지원 센터로 전송함으로써 원격으로 진단에 관련된 추가적 분석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 차량 성능을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축적함으로써 진단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3단계 - 차량 구성 요소 수준의 경고 
차량 구성 요소에 곧 닥칠 임박한 문제에 대해 운전자 및 정비사에게 사전에 상황을 경고하며, 이에는 구성 요소의 예상 잔여 수명 및 권장 해결 방안 등의 정보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4단계 - 차량 수준의 상태 관리 
차량 및 시스템 전체 수준의 임박한 문제에 대해 운전자 및 정비사에게 사전 경고를 수행하며, 차량 주요 기능의 예상 성능과 잔여 수명, 권장 해결 방안 등의 정보가 제공됩니다. 

5단계 - 자가 적응형 상태 관리 
차량의 상태 관리 그리고 제어 기능이 통합되어 구성 요소 또는 시스템 성능이 저하되는 경우에 실시간으로 자율적 제어 및 최적화를 제공함으로써 차량의 작동 수명을 연장하고 안전성을 향상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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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SAE는 IVHM 시스템 기능을, 차량 내부 경고 표시 기능만 사용하는 0단계에서부터 차량의 상태를 자동으로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응까지 적용하는 자가 적응형 5단계까지, 총 6단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2~3단계, '진단'에서 '예후'로 

IVHM의 6단계 중, 예측적 분석이 도입되어 시스템 기능이 크게 향상되는 2단계와 3단계 사이 구간이 '진단'에서 '예후' 관점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점으로서 특히 중요합니다. 

이미 발생한 문제에 대해 경고·진단을 수행하는 진단 관점의 0~2단계 시스템과 달리, 예후 관점의 3단계 이상의 시스템에서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해결할 수 있게끔 함으로써 안전성을 높일 뿐 아니라, 차량 및 구성 요소의 잔여 수명 등을 예측하여 적절한 해결 방안을 제공함으로써 차량의 관리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IVHM 기능 도입 및 확산을 장려하기 위하여 JA6268 표준에서는 설계 및 데이터 통합 프로세스와 IVHM 관련 런타임 메시지 통합 등에 대한 권장 사항도 제공합니다. 

최근 커넥티드 카의 활성화 그리고 기계학습(ML) 및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에 따라 진단 아닌 예후 관점의 IVHM이 더욱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시장조사 기관 'MarketsandMarkets'의 분석에 따르면 IVHM 시장이 2019년의 113억 달러 규모에서 2027년 280억 달러 규모까지 연평균 12%의 큰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Integrated Vehicle Health Management Market

최근 독일 'Bosch'는 "커넥티드 카를 위한 예후(Prognosis for connected cars)"란 주제로 차량 관리에 있어 예측적 유지·보수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등, 일선 업계에서도 진단에서 예후 관점으로의 차량 관리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량 관리의 패러다임 변화와 기술의 발전이 결합되어 자동차 관리 비용을 줄이면서도 더욱 안전한 주행을 즐길 수 있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 아우토크립트 기술기획팀 고찬영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