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는 일어나 딱한 일이지만 사고가 일어난 후에도 뒤처리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닌데요. 특히나 사고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 책임 판단이나 보상 처리 등의 일이 모두 오리무중에 빠져 아주 곤란해지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끝내 답을 찾지 못하는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라든지, 사고 원인을 알 수 없어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기사를 보면 '자동차 사고기록장치, EDR(Event Data Recorder)'이 자주 언급되는데요. 요즘은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따라 EDR에 더하여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 DSSAD(Data Storage System for Automated Driving)'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EDR과 DSSAD가 각각 어떤 기능을 갖는지를 살펴보고 해당 기능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거의 모든 차량에 블랙박스가 장착됨에 따라 차량 상태 및 주행에 관련한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록물을 얻는 일이 간단해졌습니다. 따라서 사고 관련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과 주변 CCTV 영상 등을 종합하여 교통사고 원인을 알아내기가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는데요. 하지만 영상 기록만으로는 모든 사고의 원인을 파악해 내지 못합니다. 

영상 기록만으로는 분석이 힘든 사고 중에 가장 크게 화제가 되는 것은 급발진 의심 사고입니다. 국내에서도 급발진 의심 신고가 계속해서 일어나 매번 뜨거운 사회적 이슈가 되곤 합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를 포함한 많은 사고가 영상 기록만으로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추가적인 기록장치가 따로 필요한데요. 그중 가장 기본이 되는 EDR과 DSSAD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DR 

'EDR'은 차량의 에어백 제어 모듈 ACU(Airbag Control Unit)나 엔진의 ECU(Electronic Control Unit) 등에 내장된 데이터 기록장치로, 차량 주행 중에 충돌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와 관련된 운행정보를 일정 시간 동안 기록합니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약칭: 자동차규칙)'에 따라 EDR은 다음과 같은 운행정보를 필수로 기록해야 합니다. 

  

 

기록 항목 

기록 간격시간 

초당 회수 

1 

진행방향 속도변화 누계 

다음 각 목 중 짧은 시간 

가. 0초부터 0.25초까지 

나. 0초부터 

사고종료시점 + 0.03초까지 

100 

2 

진행방향 최대 속도변화값 

다음 각 목 중 짧은 시간 

가. 0초부터 0.30초까지 

나. 0초부터 

사고종료시점 + 0.03초까지 

 

3 

최대 속도변화값 시간 

4 

자동차 속도 

-5초부터 0초까지 

2 

5 

엔진 스로틀벨브 열림량 또는 가속페달 변위량 

-5초부터 0초까지 

2 

6 

제동페달 작동 여부 

-5초부터 0초까지 

2 

7 

시동장치의 원동기 작동위치 누적 횟수 

-1초 시점 

 

8 

정보추출 시 시동장치의 원동기 작동위치 누적 횟수 

정보 추출 시점 

 

9 

운전석 좌석안전띠 착용 여부 

-1초 시점 

 

10 

정면 에어백 경고등 점등 여부 

-1초 시점 

 

11 

운전석 정면 에어백 전개 시간(다단 에어백은 1단계 전개 시간) 

0초부터 전개시점까지 

 

12 

조수석 정면 에어백 전개 시간(다단 에어백은 1단계 전개 시간) 

0초부터 전개시점까지 

 

13 

다중사고 횟수 

다중사고 종료시점 

 

14 

다중사고 간격 

시간 간격 

 

15 

1부터 14까지 항목의 정상 기록완료 여부 

예 또는 아니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별표 5의25)]  


EDR은 사고 발생 5초 이내의 자동차 속도, 제동 페달 작동 여부, 에어백 전개 시간 등의 데이터를 저장하도록 되어 있으며,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자동차 소유자 등 관련인이 사고 기록 열람을 요구할 경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의무입니다. 이렇듯 사고 발생 당시의 자세한 차량 정보를 저장하고 추출하여 사고 원인을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장치가 EDR입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NHTSA(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가 EDR의 기록 시간을 5초에서 20초로 연장하는 제안을 하는 등, 교통 안전 확보를 위하여 세계 관련 기관들은 지속적으로 EDR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NHTSA는 모든 신차에 대해 EDR 장착을 의무화하여 IEEE 1616 표준을 준용하였으며, '차량 규칙 조화를 위한 세계 포럼(The World Forum for Harmonization of Vehicle Regulations)'의 워킹그룹 WP.29에서는 UNR No.160 규정을 채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EDR의 중요성이 매우 구체적이고 직설적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DSSAD 

'DSSAD'는 자율주행 차량의 사고 및 법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를 기록하는 장치로, 자율주행 시스템의 동작 시작, 자율주행 시스템의 부분적 오작동 및 고장, 위험 최소화 운행 등 자율주행과 관련된 정보를 저장하고 추출합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약칭: 자동차손배법)'에 따라 자율주행차 제조사는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인 DSSAD를 설치해야만 하며, '자동차규칙'에 따라 6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발생한 사건을 저장하거나 기간과 무관하게 2,500건 이상의 사건을 저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듯 자율주행과 관련된 정보를 저장함으로써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사고 원인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 DSSAD입니다. 

DSSAD는 SAE J3197로써 표준화되었으며, 자동 차선 유지 시스템 ALKS(Automated Lane Keeping Systems)를 다루는 UNR No.157 규정은 ALKS 활용을 위하여 DSSAD 요구사항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Needs and Requirements of EDR for Automated Vehicles

정리해 보면 EDR은 사고 시점 직전의 사고 관련 운행 데이터를 저장 및 제공하고, DSSAD는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를 장기간 저장함으로써, 그 둘은 모두 사고가 일어났을 때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일에 있어 상호 보완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해 

차량용 블랙박스만으로는 기록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고 원인 분석을 위해 EDR은 필수 장치이며, 자율주행 차량에 DSSAD를 탑재하는 것은 운전자와 차량 간의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는 일에서부터 꼭 필요하므로 EDR과 DSSAD에는 각종 안전 규제가 강력히 적용됩니다. 그러므로 자율주행 시대에 EDR과 DSSAD는 사용자의 선택이 아닌 사회적인 필수 요건인 것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과 함께 EDR과 DSSAD가 그 어느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사이버보안의 중요성 또한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EDR과 DSSAD 모두 데이터를 저장하고 추출하는 장치이므로 저장한 데이터가 조작되거나 변조되는 경우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일에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자칫 악의적으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다른 주체에게 떠넘기려 들 수도 있는데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데이터 무결성 등의 사이버보안 기술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율주행 차량은 개인정보와 위치, 운전 정보 등 민감한 정보를 아주 많이 생성하므로 그 데이터가 유출된다면 심각한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DSSAD에는 데이터 비식별화 및 암호화 등을 통해 사생활 데이터를 보호하는 등의 사이버보안 솔루션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안전한 사이버보안을 바탕으로 한 EDR과 DSSAD의 적정한 활용을 통하여 사고 원인 파악과 그에 따른 명확한 책임 판단이 가능해짐으로써, 더더욱 안전하고 믿음직한 자율주행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해봅니다. 

 

- 아우토크립트 기술기획팀 고찬영 연구원